한동훈, '반이재명' 적임자 자처하며 '배신자' 프레임 깨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통해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그는 책에서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라며 이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사법부 유죄 판결을 막으려는 극단적 수단을 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이러한 발언으로 '반(反)이재명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조기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국회의원 2년과 여당 비대위원장, 대표로서 3년 동안 누구보다 빠르게 경험을 쌓았다고 강조하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린다 해도 한동훈 전 대표가 당심을 얻어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까지 2주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을 달래는 동시에 중도층 민심까지 끌어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후진술에서 '헌재 심판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이 확정된다면 국면 전환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탄핵됐을 경우 강성 지지층이 '헌재 심판 불복' 움직임을 이어간다면 '탄핵 찬성'에 힘을 보탠 한 전 대표를 향해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적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준비로 바빠지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변론 종결 다음 날인 2월27일 당 소속 충남·호남 지역 기초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데 이어 다음 주에는 영남 지역 광역·기초의원 워크숍에도 함께할 예정이다. 한 전 대표의 재등판을 상당히 경계하는 국민의힘 친윤계는 탄핵 사태에 대한 책임을 한동훈 전 대표에게 돌리는 분위다.
한동훈 전 대표가 이제 물러난 지 2개월이라 '빨리 피는 꽃은 빨리 시들기 마련'이라는 말처럼 조기에 복귀하는 것이 섣부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친윤계는 한 전 대표가 책 출간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시기에 대한 논의를 유발하고 있다. 친한계는 이러한 비판에 맞서 탄핵심판 결론이 나오기 전 책을 내면 대통령 탄핵이 더 빨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가 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막아낸 것에 대해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큰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의 지지율로만 봐도 한 전 대표는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친한계는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만 되면 한동훈 전 대표가 침묵하는 중도층을 일깨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도 확장성'이 부족하고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날로 파장이 커지고 있는 '명태균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합리적 보수 세력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한동훈 전 대표가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재등판했고 곧 지지율 변화가 크게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전 대표에게는 이제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한 전 대표로서는 내부 통합을 시도하는 동시에 바깥에선 거야 지지층의 공격도 막아내야 한다. 최근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자신의 정치적 체급이 '여권의 유력 주자'임을 환기시켰다. 중도층 저변 확보를 위해 유승민 전 의원과의 협력 가능성이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하나가 돼야 된다"며 "탄핵에 찬성을 했든 반대를 했든 하나가 돼서 분열하지 않아야 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탄핵 찬반파를 가르지 말고 통합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이런 조합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주류 민심과 멀어지면서 당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