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유증 발표 이후 주가 급락
삼성SDI의 주가는 2차전지 업황 부진과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여파로 지난 3년 동안 70% 이상 하락했다. 기존 주가 하락으로 인해 손실이 커진 상황에서 2조원 규모의 유증 발표로 하락세가 심화되자 소액주주들은 종목토론방에서 반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유증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강행 시점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55분 현재 삼성SDI는 전일 대비 0.89%(1700원) 오른 19만2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사상 최고가였던 2021년 3월 장중 고점(80만1000원) 대비 76% 하락한 수준이다. 전날 삼성SDI 주가는 장중 18만6800원까지 하락했고, 이는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부진한 2차전지 업황 속에서 삼성SDI의 주가는 3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유증 발표로 주식가치 희석 뿐만 아니라 추가 하락 우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삼성SDI는 시설자금 4541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1조5460억원 등 총 2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신주 예정 발행가는 16만9200원이며, 확정일은 5월 22일, 납입일은 6월 5일이다. 삼성SDI는 이번 유증에 대해 "미래 경쟁력 확보 및 재무구조 안정화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조달한 자금은 전고체 전지 라인 확보 및 GM 합작공장 증설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SDI는 유증 발표 직전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로 4% 넘는 급락을 기록하며 논란이 커졌다. 같은 날 기관은 삼성SDI 주식 882억원어치를 대거 매도했고, 이로 인해 주가는 4.23% 하락했다. 반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0.0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삼성SDI 종목토론방에는 주가 하락에 분노한 소액주주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주주들은 "유증 발표 전날 기관이 대량 매도한 건 뭔가 이상하다", 41만원에 싸다고 매수했는데 손절해야 하나요?", "내일(19일) 주총장에서 유상증자 반대해달라" 등의 글을 올리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유증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2차전지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강행된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삼성SDI가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중점 심사할 예정이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달 도입한 중점심사제가 처음 적용되는 사례다. 유상증자가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되면 금감원은 일주일 내 집중 심사를 거쳐 회사 측과 대면 협의를 진행한다.
이번 유증 이후 몇몇 증권사들은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흥국증권, LS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으며, LS증권은 16만5000원을 제시해 증권사 중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내놓았다. 이는 IBK투자증권이 제시한 목표가 40만원 대비 58.7% 낮은 수준이다. 삼성SDI의 주가 하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