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거부, 법과 정치의 불신 심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헌재의 탄핵심판이 개시되었지만, 계속되는 법적·정치적 논란으로 사법 체계의 혼란이 노출되고 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수사 주체의 적법성 논란,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의 ‘입법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자 윤 대통령은 이를 이유로 거듭된 소환을 3차례 거부했고 지난 3일 체포 영장 집행도 불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는 빼겠다고 하면서 이는 여야(與野)의 정치 공방으로 불붙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심리를 서두르는 것에 비해, 법원이 진행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2심의 속도가 더딘 것도 “사법 체계가 기울었다”는 불만을 누적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에 대해 “사법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이 정당한 계엄이라는 입장이라면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공수처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체포 영장을 재집행할 것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5일 오동운 공수처장,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 150여 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고, 대통령 경호처장의 경호 협조 요청을 거부한 것이 불법이란 것이다.
공수처설치운영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다. 다만,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관련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이번에 공수처는 내란 사건 수사를 윤 대통령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로 인지해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내란죄 수사 권한은 경찰에 있다. 수사권 논란을 의식한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을 가진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집행하려 했던 체포 영장은 경찰이 아닌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 전담판사가 공수처에 발부해 준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은 법원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해당 영장에는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돼 있다. 형소법 110조·111조는 ‘군사상·직무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수색할 수 없다’는 것인데, 윤 대통령 체포 시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판사가 법 적용을 넘어 입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의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가 매우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국회·사법부 스스로 권위 떨어뜨려… ‘법적·정치적 내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국민의 법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