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확장에 독립된 가중, 방역 노력에도 난항합니다

러브버그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발생량이 더 많아지면서 시민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으며, 각 자치구는 방역에 힘쓰고 있지만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평구 대조동에서 10년 넘게 봉지 가게를 운영 중인 심모씨(70대)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심한 것 같아. 2022년 러브 버그가 처음 왔을 땐, 벽면이 시커멨어”라고 말했다. 심씨 가게 창문과 벽에는 러브 버그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며, 파리채를 휘둘러도 역부족이었다.
러브 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는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비행하며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올해 러브 버그는 6월 중순부터 내달 초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을 옮기지 않고 오히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익충이지만, 생김새 때문에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준다.
불광역 일대에서도 러브 버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하철 출입구 계단에는 곤충이 날아다니거나 밟힌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길을 걷던 시민들은 얼굴에 러브 버그가 묻기도 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에 걸쳐 있는 백련산 주변은 러브 버그 떼가 더욱 심각했다.
떡집 사장 김모씨(50대)는 “새벽에 나올 때도 보인다”며 “가끔 판매대에 올려져 있는 상품에 벌레가 앉아있어 손님이 보기에 안 좋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5일 전부터 본 것 같고, 저녁에 특히 심하다”며 “약국에도 들어와 영업 운영을 방해해서 자체적으로 방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브 버그는 서울 서북권뿐만 아니라 구로구, 양천구 등 남서권 쪽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강북구민 박모씨는 “집과 회사 등 생활 전반에서 모두 출몰 중인 것 같다”고 말했고, 관악구민 김모씨는 러브 버그가 묻은 옷 사진을 보여주며 “어제 길을 걷다가 5~6번 정도 몸에 러브 버그가 붙었다”고 했다. 인천시민 오모씨(50대)는 “차를 타고 어딜 다녀와도 차에 벌레가 잔뜩 붙어있다. 내려서 문을 여닫을 때마다 소름이 낀다”고 했다.
러브 버그로 인한 민원은 2023년 4418건에서 지난해 9296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각 자치구는 러브 버그 방역에 힘쓰고 있다. 은평구는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화학적 살충제 대신 물을 뿌리는 방식을 시행하거나 환경부와 협력해 광원·향기 유인제 포집기를 설치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온난화로 인해 러브 버그를 포함한 곤충의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수질이 좋은 물속에서 유충이 자라기 때문에 러브 버그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환경이 깨끗해지고 있다는 지표로 볼 수 있지만, 러브 버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곤충을 먹는 물고기 등 천적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산대 환경생태학 교수 박현철은 “다른 생물이 같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은 아직 성립되지 않았으니 특정 생물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즉 생태계가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