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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미지의 서울’서 다층적 감정 연기로 극 흡입
문화/연예

박보영, ‘미지의 서울’서 다층적 감정 연기로 극 흡입

이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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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은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유미지와 시스템 속에 스며든 유미래 역을 맡아 상반된 삶의 결을 섬세하게 직조하며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다. 박보영은 극 중 로사 식당 앞에서 닫히는 문을 마주하는 미지의 모습으로, 기회를 잃은 상황 속에서 깊은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로 인물의 내면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감정을 절제한 채 멈춘 시선에 담아낸 내면의 파동은 침묵 속에서 더욱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이호수(박진영 분)가 퇴사 후 무기력에 빠지자 미지는 그에게 “그냥 회사 하나 관둔 거야. 괜찮아”라며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박보영은 이 장면에서 말보다 행동으로 위로하는 미지의 특유한 방식에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 고립과 상처를 경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묵묵한 다정함을 구현한다. 특히 공원 벤치에서 호수에게 뜨개질을 가르치는 장면에서는 불필요한 과장을 배제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드는 따뜻한 호흡을 그려낸다.

 

늘 ‘딸’과 ‘직원’ 역할에 충실했던 미래는 일과 가족 사이에서 중심을 잃고 스스로의 욕망과 선택에 직면한다. 박보영은 캐릭터의 내면 변화를 극도로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며,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타인의 기대 속에 숨죽여 살아온 미래가 조용히 균열을 내는 흐름 속에서 박보영의 시선과 말투는 작은 결정조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박보영은 극의 중심에서 극단적으로 상반된 미지와 미래의 온도와 결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며 전체 서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간다. 짧은 눈 맞춤, 문 앞에서의 망설임과 같은 작은 동작조차 인물의 심리 흐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감정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박보영은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캐릭터의 궤적을 촘촘하게 구축한다. 닫힌 문 앞에 멈춰 선 자매의 시간을 대신 살아내는 그의 얼굴에는 시간의 공백과 정서적 흔들림이 담겨 있으며, 기억과 트라우마, 기대와 두려움까지 모두 체화한 박보영의 연기는 보는 이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이처럼 박보영은 미지와 미래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통해 전혀 다른 인생의 무늬를 세밀하게 직조하며 몰입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낸다. 자극 없이 깊이를 더하는 그의 연기는 극의 정서를 단단히 붙들고 중심을 이룬다. ‘미지의 서울’을 통해 또 하나의 대표작을 써 내려가고 있는 박보영은 웃음 뒤에 감춰진 고독과 무너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주며 매회 시청자의 마음을 두드리고,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이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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