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관리 사각지대…의료기관 허술한 시스템 관리 부재

일선 병의원 마약류 의약품 관리 실태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재고 부족으로 지인에게 약품을 빌려 쓰거나, 관리 시스템의 복잡성으로 인해 실제 사용량과 기록량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은 의료기관의 마약류 관리 책임성 강화와 더불어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병원은 마약류 의약품 관리 미흡 시 영업 정지나 면허 취소 등 불이익을 받는다. 따라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 현실 속에서 마약류 관리는 의료인의 양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2018년부터 모든 의료기관은 마약류 의약품 사용 전 과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기록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마약류 의약품은 생산 과정에서 포장마다 일련번호 등 추적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기록하고, NIMS를 통해 구입, 등록, 사용, 폐기 과정을 모두 기록해야 한다. 대구 수성구의 한 영상의학과 의원은 보관량, 사용량, 폐기량 등을 수기 대장에 기록한 뒤 의사의 처방량과 대조하고, 이를 NIMS에 기록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해당 의원 관계자는 "NIMS 시스템 사용 방법이 쉽지 않아 처음 접하는 의료진들이 실수를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이중삼중 절차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조작하여 사용량을 조작하는 방법 앞에서는 무력하다. 폐기 과정에서도 의료진의 양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 해당 의원 관계자는 "환자가 '마취약이 잘 안 듣는 편'이라며 더 많은 투약을 요구하거나, 의료진이 실제 투여량보다 진료기록상 투여량을 높게 잡은 뒤 차이나는 부분을 빼돌린다면 밝혀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마약류 의약품 사용량이 많아 관리의 어려움이 더 크다. 계명대동산병원 수술센터는 수술에 쓰이는 의약품 관리를 위해 '인티팜' 장비를 도입했다. 의사가 마취제나 마약성 진통제 등을 처방하면 의약품 관리 직원이 확인 후 인티팜을 통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마약류를 지급받기까지 손부위 정맥 확인, 비밀번호 등 이중장치를 거쳐야 한다.
'인티팜' 장비 도입 후 관리가 수월해졌지만, 1대당 가격이 1억원을 넘는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재고 숫자가 안 맞으면 퇴근도 못 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은 없다. 하지만 장비 가격이 비싸 다른 병원들이 쉽게 도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비 도입이 어렵다면 마약류 의약품만 관리하는 전담인력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건비 문제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마약류 의약품 관리는 사람이 하나하나 검사하고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관리 비용은 약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가에서 관리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 없이 의료기관에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