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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DL 자금 지원으로 부도 위기 넘겼지만 불안감 여전
경제

여천NCC, DL 자금 지원으로 부도 위기 넘겼지만 불안감 여전

홍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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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가 DL의 자금 지원 결정을 통해 일단 부도 위기를 넘겼지만, 석유화학 불황 속에서 합작사 간 입장차가 노출되며 상처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천NCC는 최근 한화와 DL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는데, 한화는 지원을 결정했지만 DL은 워크아웃을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가 결국 자금 지원을 논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DL 이해욱 회장이 “내가 만든 회사이지만 신뢰가 안 간다”라며 “디폴트에 빠져도 답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DL의 경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여천NCC는 두 차례에 걸쳐 자금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유동성이 악화했고, 이에 따라 거래 상대방들의 진위 여부 문의가 쇄도하는 등 회사 내부가 불안한 상황이었다. 올초에도 한화와 DL로부터 한 차례 자금 지원을 받은 바 있지만, 이번처럼 부도 위기에 몰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 자체가 여천NCC에게 내상을 입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회장의 ‘디폴트’ 발언이 알려지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여천NCC 내부에서도 직원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여천NCC는 합작 후 25년간 4조 4000억 원을 배당한 알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DL 측이 석유화학 업종 불황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저희(여천NCC)도 엄연히 DL 계열사고, 대표이사도 DL 측 인물인데, 돈을 잘 벌 땐 자회사고, 못 벌 땐 타회사인가”라는 글이 올라와 직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 상황이 유독 좋지 않았던 것은 석유화학 업계 전반의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DL의 자금 지원 결정은 추후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보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여천NCC는 이번 자금 지원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석유화학 산업의 장기적인 불황 가능성을 고려할 때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홍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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