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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주식·코인 투자 확대에 가계대출 증가세 심화
경제

부동산·주식·코인 투자 확대에 가계대출 증가세 심화

홍이슬 기자
입력

이달 주요 은행 가계대출이 열흘 새 2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영끌과 빚투로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 긴급히 은행권을 소집하여 대책 마련에 나섰다.

 

5대 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 792억원으로 집계되었으며, 5월 말 대비 1조 998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는 약 열흘 만에 지난달 증가 폭(4조 9964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며, 하루 평균 1665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9월(1868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달(1612억원)보다도 빠른 속도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5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 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달 들어 12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3조 114억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은행권은 이를 집 구입 관련 영끌 추이를 알아보는 바로미터로 본다. 하루 평균 2510억원 규모로 이미 지난해 영끌이 절정(7~8월)에 이르기 직전인 5~6월 수준에 근접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정책대출 의존도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신규 주담대 가운데 정책대출 비중은 56%였지만, 5개월여 사이 약 절반 수준인 28%로 떨어졌다. 이는 신규 주담대 구조가 생애최초·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저가 정책대출에서 고가 아파트 중심 일반 대출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대출에 담보주택 9억원 이하 등 조건이 붙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증가세 역시 9억원 초과 주택 대상 주담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이 크지만, 새 정부 들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진 것도 대출 수요에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역시 103조 3145억원에서 103조 9147억원으로 6002억원 증가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을 제외한 일반 신용대출 잔액은 65조 4019억원으로 지난해 3월(65조 4124억원)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최대 기록이다.

 

불어난 신용대출 상당 부분은 주택뿐 아니라 주식, 코인에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12일 기준 62조 9445억원으로 2022년 4월 27일(64조 8560억원)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치솟는 가계대출에 금융 당국은 16일 전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긴급 점검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특정 은행이 월별, 분기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준수하지 않고 있어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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