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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도둑질에 드러난 성적 지상주의의 민낯
사회

시험지 도둑질에 드러난 성적 지상주의의 민낯

이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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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학부모, 교사에 의한 시험지 도둑질은 공정해야 할 시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우리 사회를 지탱할 상식과 윤리를 뒤흔든다. 전문가들은 교육·평가 시스템을 투명하게 정비해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성적 하나로 미래를 가늠하는 단선적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안동에서 발생한 고등학교 시험지 절도 사건은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전직 기간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시험지를 훔치려다 적발된 이 사건은 2018년 숙명여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숙명여고 사건은 교무부장이 자신의 딸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한 사건으로,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사건은 교사, 학교 내부자, 학부모가 공모하여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경찰은 이들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정황을 확인했으며, 학교 시설 관리자의 조력도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우리 사회의 성적 지상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는지 보여준다.

 

입시 준비에 한창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반복되는 시험지 유출 사건에 분통을 터뜨린다. 부산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1학년 이강우 군은 참담함을 느끼며 어른들의 부정 행위가 학생들의 노력을 짓밟았다고 말한다. 중학교 교사이자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인 강 씨는 이러한 상황에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강 씨는 조작을 통해 얻은 성적이 올바른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며, 사회의 기틀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또한,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심화될까 우려하며, 민원으로 인해 재시험을 치르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김 씨는 학부모의 욕심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성적 지상주의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꼬집는다. 동국대 조상식 교수는 한국 사회가 입시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이며, 성공의 경로가 다양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조 교수는 교육을 둘러싸고 쟁탈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며, 학벌 위계, 입시, 직업 교육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세대 홍원표 교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앞서가야 하는 상대평가 제도와 성적 지상주의가 합쳐져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 교수는 높은 성적이 윤리보다 더 중요하다는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비판하며, 다양한 수단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고 지필 평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성균관대 구정우 교수는 시험지 유출이 반복되는 것은 교육 및 평가 시스템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쟁이 심화될수록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 교수는 교사들에 대한 윤리 교육과 처벌 강화, 현장 감독 기능 강화, 상호 감시 제도를 통해 학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상식 교수는 유혹에 흔들리는 사람은 항상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시험지 유출을 방지하고, 선량한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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