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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정전, 넷제로 정책과 이상기후 조합?
문화/연예

스페인 대정전, 넷제로 정책과 이상기후 조합?

이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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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역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일대,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2023년 10월 28일(현지시간) 낮 12시 32분께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항공편 취소, 열차와 지하철 운행 중단 등 피해가 확산되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는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재생에너지 의존과 이상기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전으로 교통 시스템이 마비되었다. 스페인 철도회사 렌페는 전국 모든 열차 운행을 중단했고, 약 3만 5000명의 승객이 열차에 갇혔다. 도로 상황도 위험했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경찰이 수신호로 차량 통행을 지휘해야 했다. 스페인 교통당국(DGT)은 불필요한 차량 운행 자제를 권고했다. 스페인의 관문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도 외부 전력 공급이 중단되어 일부 항공편이 지연되었다.

 

통신망 또한 두절되었다. 음성 통화 연결이 어려웠고, 메시지 서비스는 간헐적으로만 작동했다. 스페인 시민들은 정전 정보를 얻기 위해 배터리로 작동하는 라디오에 의존해야 했다. 슈퍼마켓과 주유소에는 연료와 비상식량을 사두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은행 지점 앞에는 현금을 찾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는 "전력 공급의 50% 가까이가 복구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시간 29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전력은 대부분 복구되었다.

 

원인 분석 결과, 스페인 정부가 추진하는 ‘넷제로’(탄소중립) 정책과 이상기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페인은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적극 추진했다.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기준 61%에 달했다.

 

또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에너지 섬’으로 불리는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해 있어 다른 유럽 국가들과 전력망 연결이 제한적이다. 피레네산맥이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거대한 자연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스페인에서 발생한 정전 복구가 지연되었다.  포르투갈 국가전력망 운영사 REN은 “스페인의 극심한 온도 차이로 초고압 전력선에서 이상 진동이 발생했고 이런 영향으로 전력 시스템 간에 신호 전달 등이 이뤄지지 않아 정전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대정전은 앞으로 에너지 정책과 기후 변화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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