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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대 vs 원전 유지…2035년 NDC 목표까지
경제

재생에너지 확대 vs 원전 유지…2035년 NDC 목표까지

홍이슬 기자
입력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핵심 공약으로 등장했다. 각 후보들은 이슈로 자리매김한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으려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방안과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열린 제21대 대선 후보자 2차 TV 토론회에서는 처음으로 기후 의제가 별도 주제로 다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 방향성은 뚜렷하나 구체적인 방법이 모호하거나 일부 논쟁적 사안은 피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에너지 정책 수준에 그쳐 사실상 기후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거나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가장 적극적인 기후 공약을 내놓았다.

 

10년 뒤 탄소 감축 목표인 NDC는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21대 대통령이 최소 10년간 한국의 탄소 감축 로드맵을 짜게 된다. 세계 각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를 담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한다. 올해는 ‘2035년 NDC’를 제출해야 한다. 얼마나 공격적인 감출 목표를 세울지가 새 정부에 달려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NDC를 선언한 상태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도 새 정부에 달려 있다.

 

이재명 후보는 2030년 NDC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35년 NDC 수립에 관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이 후보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계획을 수립하겠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2030년 목표를 상향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비하면 보수적인 태도로 해석된다. 권영국 후보는 2035년 달성해야 할 목표를 2018년 대비 70%로 잡았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건 에너지 영역이다. 더운 날이 늘어나 냉방 수요가 증가하고 AI(인공지능) 산업 등이 발전하면서 전력수요는 해마다 늘고 있다. 전력생산을 늘리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묘안이 필요한 때다. 후보들은 원자력발전(원전) 혹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후보는 주민 주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사업을 ‘햇빛·바람 연금’이라 칭하며 이를 확대하겠다고 밝했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개선하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해 재생에너지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원전에 대해 이 후보는 “위험한 에너지”라면서도 기존 원전과 수명 연장이 가능한 원전은 계속 쓰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6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 후보와 각을 세웠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고 해상풍력을 비롯한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현재 30%대인 원전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완공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지난 23일 TV토론회에서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적 캠페인)은 구호일 뿐 불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10대 공약에서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중국이 많이 장악한 풍력 시장”이라며 재생에너지를 ‘친중’과 연관시키거나 “이재명 후보가 원전을 가보지 않았다고 하는 것에서 얼마나 이념에 경도되어 원전에 대한 오해를 하고 계신지”라며 이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공격했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 등에서 에너지 관련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권 후보는 2035년까지, 이재명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석탄과 핵발전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도 함께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산불, 폭염…기후재난 어쩌나

 

 

 

지난 봄 역대 최대 산불이 발생한 만큼 후보들은 기후재난과 관련한 공약도 내놓았다. 김문수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해 기후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기경보 시스템, 재난정보를 통합하는 플랫폼 등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이재명 후보도 재난 통합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산불 진화 헬기와 고성능 진화 차량을 확충하는 등의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권영국 후보도 싱크홀과 침수위험 지하차도 등 재난 관련한 정보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한편 기후재난 긴급안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장기적인 접근의 공약도 제시했다. 산불 발생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생물다양성 보호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권 후보 역시 생태보호지역을 국토 및 해양의 30%까지 지정하겠다고 했다.

 

권영국 후보는 폭염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노동자 권리를 강화하고, 기후 수당과 기후휴가 등을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저지대, 반지하, 쪽방 등 기후재난 취약 계층의 주거에 대한 대책을 언급한 것도 권 후보뿐이다. 권 후보는 녹색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거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플라스틱, 신공항…산적한 ‘기후 과제’

 

오는 8월 플라스틱 생산, 소비, 폐기물 처리 등 전주기에 걸쳐 플라스틱 오염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국제 협약을 도출할 마지막 회의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플라스틱 관련 공약을 포함한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보다. 이 후보와 권 후보 모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바이오플라스틱 산업을 육성을, 권 후보는 화학산업 분야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언급했다. 두 후보 모두 전자제품을 고쳐쓸 수 있는 ‘수리할 권리’를 언급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관련 공약이 없다.

 

가덕도, 새만금 등에 예정된 신공항 건설 사업에서는 후보들의 입장이 엇갈렸다. 권 후보는 전국의 신공항 건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덕도는 무안공항보다 조류 충돌 위험이 246배, 새만금 공항은 610배나 높은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토 균형발전이라고 하는 전략적 목표와 지역 소외, 정치적 혼란 이런 것들로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 같다”며 “보완해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13일 부산 집중유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발언했다.

 

동물 관련 공약도 있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모두 반려동물 진료비를 경감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동물복지 인증 농장 지원 확대, 동물원·수족관 환경 개선, 동물대체시험활성화법 등을 약속했다. 권 후보는 공장식 축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답보’ ‘후퇴’ ‘비현실’…가장 나은 공약은?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재원 조달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는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과 2025~2030년 연간 총수입증가분으로 기후 공약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증세 없이 기후 적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대전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 대선 때 내세웠던 탄소세 공약 등을 유보하면서 재원 소재가 불분명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내세운 목표들 역시 2020년 대선 공약과 비교해 유보적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김문수 후보의 기후·환경 관련 공약은 제3호 공약인 ‘AI·에너지 3대 강국 공약’과 제8호 공약인 ‘재난에 강한 나라,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 공약에 쪼개져 있어 목표 자체를 기후위기 대응이나 환경 보전으로 보기 어렵다. 이에 탄소 감축, 탈석탄, 재생에너지 전환, 플라스틱 감축 등에 관한 공약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환경부를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와 함께 건설교통부로 통합하겠다는 것 외에는 관련 공약을 찾아볼 수 없다. 권영국 후보의 공약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언급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다만 녹색전환연구소는 권 후보의 탄소 감축 공약은 높은 목표에 비해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수반 비용과 연도별 믹스 구성 등 현실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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