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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킹조직, 가상자산 탈취로 핵개발 자금 마련
경제

북한 해킹조직, 가상자산 탈취로 핵개발 자금 마련

홍이슬 기자
입력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가상자산 탈취만으로 약 1조원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해킹과 사이버 공격을 통한 금전 탈취로 전체 외화 수입 절반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재원의 40%를 충당했다는 분석이다. 유엔 제재를 피해 추가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해 온 정황도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7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기간을 다루며, "지난 6개월간 한반도 군사적, 정치적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국제사회의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점검해 1년에 두 차례 활동 결과를 유엔에 보고한다.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북한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상자산 탈취 사건 17건을 조사 중이며, 탈취 규모는 7억5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2017년부터 2023년 사이버 공격으로 탈취한 금액이 약 4조원으로 추산되며 관련 의심 사건 58건도 함께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패널은 한 사이버 업체의 표현을 인용해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이버 도둑"이라고 했다. 규제가 약한 가상자산 업계를 주된 표적 삼아 유엔 제재를 피해 수입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은 2006년 안보리 제재를 받기 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패널은 지난해 9월 보고서에 이어 이번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다양한 수단으로 제재를 회피하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진전시켰다고 평가했다. 북한 영변 핵단지에서 핵물질 증산 시도로 의심되는 정황이 관측됐다고 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에 주목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서도 활동이 지속됐다고 봤다.

 

패널은 또 인적 교류를 통한 북한으로의 무형 기술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거래 대가로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발전시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패널은 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방문 당시 극동연방대학교를 찾은 사실에 주목했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디올 가방을 들고 수행하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이 가망은 한화 약 96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보고서에는 김여정 부부장이 김 위원장과 함께 러시아 전투기 공장을 찾았을 때 들고 있던 검은색 가방과 관련한 내용도 담겼다. 이 가방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와 관련해 사치품 수출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제재위와 크리스찬 디올(디올)이 서신을 주고받았다. 제재위가 지난해 10월 16일 디올 측에 사실관계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고, 디올은 11월 16일자로 제재위에 보낸 회신에서 "우리 핸드백 모델인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데, (사진만으로는) 진품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미는 보고서에서 지적된 북한의 정제유 밀반입에 대응하기 위해 실무 협의체를 발족하기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 대행인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21일 오전 미국 북핵 수석대표인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와 통화해 이러한 내용을 합의했다.

홍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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