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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디지털 달러로 인정받을까
경제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달러로 인정받을까

홍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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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스테이블코인을 특정 조건 하에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금융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SEC의 이번 회계처리 지침은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으로 ‘디지털 달러’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며, 기업의 회계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종류에 따라 현금성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달라지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해진다.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지급준비자산이 현금 또는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100%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가치는 항상 1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보유자가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상환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스테이블코인이 확정된 금액의 현금으로 전환되기 쉬운 자산임을 의미하며, 가치의 변동성이 작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회계기준서 제1007호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전환의 용이성과 가치의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취득 시점 기준으로 만기까지 3개월 이내에 도래하는 단기 국공채나 양도성 예금증서 등이 현금성 자산에 해당한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USDC는 발행사 서클(Circle)이 지급준비자산으로 현금 및 만기 3개월 이내의 미국 국채만을 보유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외부 감사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또한, USDC는 명확한 일대일 환매정책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지 달러로 전환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USDC는 전환의 용이성과 가치의 안정성이라는 현금성 자산의 요건을 충족하며, SEC 지침에 따라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반면, USDT를 발행하는 테더(Tether)는 지급준비자산에 기업채권, 비트코인 등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자산을 포함하고 있다. 담보 구성 내역에 대한 투명성 역시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환매 요청 시 일부 조건이 붙거나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환 보장성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USDT는 현금성 자산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회계상 무형자산 등으로 분류하고, 원가모형 또는 재평가모형 등을 적용해 인식 및 상각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회계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다양한 가상자산은 그 특성에 따라 회계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며, 동일한 스테이블코인이라 하더라도 담보자산의 성격, 환매 가능성, 가격 안정성에 따라 회계상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재무제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므로, 보유 목적 및 경제적 실질을 충실히 반영한 회계처리와 공시가 요구된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됨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회계정보의 신뢰성과 비교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NFT, 유틸리티 토큰, 증권형 토큰 등 다양한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 및 평가 기준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으며, 회계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되는지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명확히 전달되어야 한다. 향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와 더불어 회계기준의 정비와 공시 기준의 구체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홍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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