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대사 ODA 집중, 한국인 사기 피해자에 소극적 대응 논란
조현 외교부 장관은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온라인 스캠 관련 한국인 피해 문제에 대해 외교부 접근법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초국가적 조직 범죄에 연루된 국민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전례 없는 상황에 기존 영사 조력 시스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박정욱 전 주캄보디아 대사는 캄보디아에서 인터폴 적색 수배자였던 강 모 씨가 대사관을 방문했을 때 이를 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박 전 대사가 강 씨를 적색 수배자임에도 불구하고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 사실을 본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주석 영사안전국장은 이 사실을 확인했다.
강 씨는 로맨스 스캠 조직의 총책으로, 지난해 11월 여권 연장을 위해 주캄보디아 대한민국대사관을 찾았다. 대사관은 강 씨가 인터폴 적색 수배자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신고하지 않고 귀국 후 자수를 권고했다. 강 씨는 이후 범죄를 저지르며 추가 피해자를 발생시켰고, 그의 하수인 중 일부는 전세기편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사의 행위를 직무유기로 규정하며, 그가 ODA(공적개발원조)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캄보디아 간 영사협의회가 2009년 이후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련 문제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다. 박 전 대사는 캄보디아 대사로 부임한 이후 ODA 관련 행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전 대사가 대사로 발령된 이후 매달 ODA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분기별로 ODA 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ODA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차지호 의원은 각 대사관의 위난 대응 훈련 실시 내역을 검토한 결과, 2023년에는 교통사고 및 정정 불안 등에 대한 훈련만 실시되었고, 당시 대사가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캄보디아 ODA와 관련하여 검찰과 김건희 특검은 통일교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이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전 대표에게 고가 패션 브랜드의 가방과 사치품 등을 제공하고 캄보디아 ODA 사업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캄보디아 ODA 예산은 윤석열 정부 들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민간협력전대차관 방식의 차관 지원을 통해 이루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코리아 전담반'을 11월 중으로 가동하고, 주캄보디아대사관의 인프라를 확충하며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 2명을 추가 파견하고, 행정직원을 신규 채용하며, 현지 교민을 영사협력원으로 추가 선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공관 정원에 경찰주재관 1명과 해외안전영사 3명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캄보디아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견인하고, 캄보디아와 인근 지역의 치안 및 수사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한 ODA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황 진전 여부를 보아가며 캄보디아에 대한 여행경보 재조정 필요성도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