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금융 포용의 확장과 새로운 자산으로의 도약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가상자산의 철학이 금융 포용에 있다는 믿음으로 업계에 몸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나온 금융 포용은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도 금융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제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변혁적인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이 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필리핀에서는 국민 절반 이상이 계좌를 만들지 못하고, 계좌가 있어도 송금 수수료가 8%씩 붙는다. 가상자산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수수료 없이 1초 만에 송금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블록체인 기술이 만든 금융 포용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가상자산은 피아트(법정화폐)에 대한 안티테제라고 김 대표는 요약한다. 피아트는 국가의 강제력에 의해 유지되지만,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국가가 피아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남아, 아프리카,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등에서는 크립토 거래가 활발하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법정화폐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 금융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가상자산이 대안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은 레거시 금융의 실패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며, 양극화가 심해지는 모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논문에서 재래 통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이며, 역사는 신뢰의 위반으로 가득하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크립토가 여러 영역에서 전통 금융보다 더 우월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도전자가 약진하고 있는 상황이며, 도전자의 참모습과 기술력을 경청해야 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선언하면서 가상자산의 지위가 격상됐다고 김 대표는 단언한다. 미국은 새로운 달러 패권을 구축하기 위해 크립토를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부도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과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이미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가상자산으로 성공한 젊은층이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 대해 지적하며, 국가가 놓치고 있는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상자산의 내재적 가치에 대한 시야도 넓혀야 한다고 했다. 가상자산 공개(ICO)를 통해 상장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이는 산업 자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ICO는 막혀 있지만, 가상자산 기술이 IT 기업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상품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크립토 ETF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 자본시장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전통 은행권이 가상자산의 중개, 수탁뿐만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발행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서클과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민간 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으며, 국내 은행권도 이러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