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지분 증여로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완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세 아들에게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을 증여하면서 관련 종목이 일제히 올랐다. 이로써 대규모 유상증자 여파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한화그룹주는 크게 반등했다.

1일 한화는 전장 대비 5.49% 상승한 4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6.73% 오른 4만78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 등 임원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달 23일 예고한 자사주 매입을 실행한 가운데 전장 대비 7.34% 올라 상승폭을 키웠다. 이밖에 한화솔루션(8.15%), 한화엔진(5.41%), 한화투자증권(4.11%), 한화오션(3.28%) 등도 줄줄이 올랐다.
전날 장 마감 후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해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김승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 중 김동관 부회장에게 4.9%,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3.2%, 총 11.3%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인수를 단행하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는데, 시장은 한화가 ‘떳떳한 증여’로 승계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주가는 주주가치 희석 우려로 급락했다. 이는 국내 증시 유상증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유상증자 계획 공시 당일 주가는 15%까지 떨어지며 개미들은 울상으로 초조해했으나, 이번 증여로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가가 반등하자 개미들도 안도하는 모양새다.
한화그룹은 시장에서 제기하는 ㈜한화와 한화에너지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며 “증여로 경영권 승계가 완료되면서 합병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SK증권은 김승연 회장이 지분 증여를 결정하면서 승계 관련 주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한화의 목표주가를 4만4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올렸다.
SK증권 연구원 최관순은 그간 “김 회장의 세 아들이 100%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한화 주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한화에너지 상장 이후 한화와의 합병을 통한 그룹 승계가 유력하게 거론됐는데 이때 한화에너지 주가가 높고 한화 주가가 낮을수록 합병 비율 측면에서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번 지분 증여로 한화에너지 상장 이후 한화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크게 감소했다”며 “또한 증여세에 대한 과세 기준 가격은 한화 주가가 4만원대에 안착한 3월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한화 주가 상승을 경영진 측에서 예상했다는 반증도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