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문제와 정신 질환, 공유하는 유전적 기반 확인

국내 연구팀이 음주 문제와 정신 질환 간의 유전적 연관성을 밝혀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연구팀은 다인종 43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전체 연관 분석을 통해 음주 문제와 여러 정신 질환이 특정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음주 문제는 조현병과 73%의 공통된 유전변이를 공유하며, 신경성식욕부진증, 자폐스펙트럼장애, 양극성장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우울장애와도 상당 부분의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주 문제와 정신 질환이 단순히 생활 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유전적 기반 위에서 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강한 유전적 상관 관계를 바탕으로 두 질환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 후보들을 좁혀 나간 결과, ‘TTC12’와 ‘ANKK1’이라는 유전자가 공통 원인임을 밝혀냈다. 두 유전자는 도파민 시스템을 조절하며, 충동 조절 및 보상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음주 문제와 정신 질환에 대한 표적 치료 개발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많은 정신 질환 환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음주를 선택하지만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이러한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원홍희 교수는 이번 연구가 대규모 유전체 분석 데이터와 최신 통계 기법을 활용하여 복합 질환 간 유전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SCI(E)에 등재된 국제 학술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시카이어트리’에 실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음주 문제와 정신 질환이 독립된 문제가 아닌 유전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으며, 정밀의료 기반 맞춤형 치료 전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 결과는 알코올 의존이나 폭음과 같은 음주 문제가 조절력 상실, 사회적·직업적 기능 저하, 신체적·심리적 피해 등 여러 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신 건강 증진에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