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법리스크 해소 후 주가 반등 기대감 고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2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사법 리스크 해소는 주가 반등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9% 상승한 6만6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법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관련 혐의로 기소된 지 4년 10개월 만에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적정 주가는 6만9000원에서 8만3000원 사이로 형성되어 있다. BNK투자증권은 지난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만9000원으로 제시하며 기대보다 부진한 반도체 실적을 지적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소비 경기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되는 가운데, 상반기 재고를 축적한 주문자위탁생산(OEM) 기업들의 수요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 시황은 불투명하다"며 "내년을 대비한 사업경쟁력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14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7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재고에 대한 상각은 단순히 재고가 많이 남았다는 차원을 넘어, 그걸 만들기 위해 들인 설비나 기술, 무형자산 등이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분기 잠정 실적 중 DS(반도체) 부문 이익이 기존 추정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투자자들에게 현실성 있고 예측 가능한 현실적 로드맵과 가이던스를 공식 IR 채널을 통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과 함께 반등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 8만2000원으로 제시하며 불확실성 완화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비교적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삼성전자는 북미 전략 고객의 HBM3E 12단 품질 승인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1Cnm(선단공정) 기반의 HBM4 생산 수율 개선도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 10월까지 이어지는 3조9000억원의 자사주 추가 매입과 소각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 완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향 납품은 지연되고 있지만, 엔비디아 외 기업들의 HBM 수요 비중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봤다. 또한 "반도체 업종의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인해 경쟁 업체들은 2026년 실적을 기준으로 삼아야 업사이드를 고려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최하단에 위치해 있어 리스크 대비 리턴이 큰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AMD를 비롯한 주요 고객향 HBM 공급과 비메모리 부문의 적자 폭 축소가 예상된다"며 "분기 실적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역사적으로 낮아져 있는 주가 수준은 삼성전자의 비중을 확대해야 할 명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