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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그리고로비치, 국립발레단과 함께 ‘호두까기 인형’ 안무
사회

유리 그리고로비치, 국립발레단과 함께 ‘호두까기 인형’ 안무

이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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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의 전설이자 안무의 천재라고 불리는 유리 그리고로비치(78)가 서울에 방문했다. 그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23~3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안무를 맡았다. 유리는 이 작품으로 자신의 발레 경력을 시작했기에 애틋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호두까기 인형>에서 춤추던 모습과 함께 과자를 먹으려는 아이들의 경쟁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밝혔다.

 

유리는 2000년 국립발레단이 처음으로 그의 안무한 <호두…>를 공연했던 적이 있다. 이번 방한은 그때 이후 첫 방문이다. 그는 서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팔순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현재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에 발레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단원은 약 100명이다. 그는 내년 4월에는 볼쇼이극장에서 <황금시대>를 올릴 예정이며 이 작품은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3개의 발레곡 중 가장 처음에 쓰인 것이다.

 

유리 그리고로비치는 20세기 발레 영웅, 안무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따라다닌다. 1964년 37살의 어린 나이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에 취임하여 33년 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오늘날 볼쇼이를 만든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인 <석화> 이후 <사랑의 전설>, <스파르타쿠스>, <이반대제> 등은 볼쇼이의 대표작이 되었고, 그는 볼쇼이와 동격으로 여겨진다. 특히 웅장한 군무가 압권인 <스파르타쿠스>는 기존 공연에서 실패작으로 판명난 작품을 재해석하여 되살린 명작으로 꼽힌다.

 

유리는 한국 국립발레단과 함께 3개의 작품을 함께 했는데 에너지가 넘치고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에 큰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이 공연된 뒤 한국 발레가 크게 성장하는 것 같아 기분 좋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호두…>에는 러시아 무용수 2명이 주역으로 출연한다. 지난 10월 볼쇼이 발레단 내한 공연에서 <스파르타쿠스>의 프리기야로 나왔던 니나 캅초바가 마리 역을, 역시 볼쇼이 발레단원으로 러시아 공훈예술가인 드미트리 구다노프가 왕자 역을 맡는다. 니나는 여러 안무가의 <호두…>를 보았지만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작품이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가장 가까운 환상적인 안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리는 “<호두…>는 조그만 소녀가 성장해 자신의 남자를 찾아가는 동화 같은 작품이에요.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어른과 어린이 모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국립발레단 공연은 한국 발레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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